팀장 슬랙 메시지가 오후 4시에 왔다.
“이번 주 금요일 미팅, Sarah한테 영어로 확인 메일 보내줄 수 있어?”
‘I am writing to confirm…’ 여기까지는 썼다. 그다음이 막혔다. ‘the meeting’인지 ‘our meeting’인지. ‘please let me know’가 너무 딱딱한지, ‘feel free to’는 지나치게 캐주얼한지. 번역기를 켜고, 구글을 열고, 다시 지우고, 또 고쳤다. 30분이 지나도록 두 줄을 완성하지 못했다.
영어 공부를 아예 안 한 건 아닌데, 막상 쓰려고 하면 이렇다. 실력 문제가 아니다. 연습 방법의 문제다.
물어볼 때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그냥 채팅으로 물어보면 ChatGPT는 매번 낯선 사람이다. 막막할 때 “이 문장 고쳐줘”라고 붙여넣으면 교정은 해준다. 그런데 다음 날 새 창을 열면 그 대화는 없던 일이 된다.
내 영어 수준도 모르고, 비즈니스 이메일이 목표인지 일상 회화가 목표인지도 모른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지 고친 문장만 원하는지도 모른다. 매번 처음부터 알려줘야 한다.
학원 선생님에게 수업마다 자기소개를 새로 하는 셈이다. 그 반복이 영어 공부를 지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한 번 세팅으로 매 대화가 달라지는 방법
맞춤 지침(Custom Instructions)은 ChatGPT에 내 영어 선생님 역할을 한번 저장해두면 이후 모든 대화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기능이다. 무료 플랜을 포함한 모든 플랜에서 사용할 수 있다(공식 페이지 기준 확인 권장).
설정 경로: 화면 오른쪽 위 프로필 아이콘 → 맞춤 지침 → 두 개 입력창이 나온다.
- 첫 번째 칸 (나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영어 수준, 공부 목표, 자주 틀리는 부분
- 두 번째 칸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교정 방식, 피드백 스타일, 한국어 번역 여부
아래 프롬프트를 복사해 내 상황에 맞게 한 줄씩 수정한 뒤 붙여넣으면 된다. 이게 세팅되면, 이후에는 “이 문장 고쳐줘”라고만 해도 수준에 맞는 피드백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지금부터 나의 영어 선생님 역할을 해줘.
[나에 대해]
- 영어 수준: 중급 (비즈니스 이메일은 쓸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회화가 약함)
- 목표: 외국 동료·클라이언트와 자연스럽게 영어로 소통하기
- 자주 틀리는 부분: 관사 실수, 어색한 직역 표현
[피드백 방식]
내 영어를 교정할 때는:
1. 틀린 부분을 번호로 표시
2. 왜 틀렸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
3. 교정된 문장 제시
4. 원어민이 더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이 있으면 추가로 알려줘
회화 연습 중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어색한 표현은 대화 마무리 후에 정리해줘.
작문 교정과 회화 연습을 하루 루틴으로 만들기

ChatGPT로 영어를 공부하는 핵심 루틴은 두 가지다: 작문 교정과 회화 시뮬레이션. 굳이 하루 한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업무 중에 생기는 영어 문장 하나, 연습하고 싶은 상황 하나씩으로도 충분히 루틴이 된다.
작문 교정: 오늘 쓴 이메일 초안, 슬랙 메시지, 짧은 보고서 한 단락을 붙여넣고 검토를 요청한다. “맞다/틀리다”에서 끝나지 않고, 왜 그 표현이 어색한지 원어민은 어떻게 쓰는지까지 받게 된다. 이게 쌓이면 자신이 반복하는 실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회화 시뮬레이션: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상대방 역할을 ChatGPT에게 맡긴다. 정해진 답을 외우는 연습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즉흥으로 반응하는 힘을 기른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피드백이 실전에 가까워진다.
아래 영어 이메일 초안을 검토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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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arah,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 I am writing to confirm
our meeting scheduled for this Friday, June 27th at 2 PM KST.
Please let me know if the time is convenient for you.
Best regards,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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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줄 것:
1. 문법 오류 (번호 표시 + 이유 한 문장)
2. 더 자연스러운 원어민 표현으로 바꿀 부분
3. 비즈니스 이메일 톤 체크 (너무 딱딱하거나 어색한 부분)
마지막에 수정된 완성본 이메일을 하나 보여줘.
지금부터 비즈니스 영어 회화 연습을 할게.
상황: 외국 클라이언트와의 화상 미팅 시작, 자기소개 및 아이스브레이킹
너는 클라이언트 역할을 맡아줘.
(이름: Mark /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PM)
대화 중에는 흐름을 끊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어가줘.
내가 어색한 표현을 써도 대화 중엔 넘어가고,
마무리 후에 피드백을 정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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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Mark, it's great to finally meet you.
I'm [이름] from [회사명]. I've been looking forward to this meeting.
단어, 외우려 하면 안 외워진다
단어장을 만들어 뜻을 암기하는 방식은 오래 못 간다. 시험이 끝나면 다 날아가는 이유다.
ChatGPT를 쓰면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외우고 싶은 단어를 5~10개씩 던지고, 각 단어를 내 업무 상황에 맞는 짧은 예문으로 만들어달라고 한다. 뜻이 아니라 ‘쓰이는 맥락’으로 기억하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예문에서 단어를 빈칸으로 만들어 퀴즈 형식으로 받을 수도 있다. “오늘 이메일에서 처음 본 단어야, 업무 상황 예문 만들어줘” → “이번엔 그 단어로 빈칸 문제 내줘”로 이어가면 직접 써보는 단계까지 연결된다. 기억에 박히는 건 뜻 하나가 아니라 한 번 써본 문장이다.
아직 틀린 문장이어도 괜찮다. 틀린 문장일수록 교정받으면서 배울 게 더 많다.
Before: 영어 이메일 두 줄 쓰는 데 30분. 문법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 번역기와 구글을 오간다. 회화 연습은 혼자 중얼거리다 끝난다.
After: 초안을 붙여넣으면 10분 안에 교정 완료, 원어민 표현까지 함께 학습. 상황 하나를 설정하면 실전처럼 주고받는 회화 연습이 바로 시작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ChatGPT 무료 버전으로도 영어 공부가 되나요?
된다. 맞춤 지침(Custom Instructions)과 기본 채팅 교정은 무료 플랜에서도 작동한다. 다만 하루 사용량 제한이 있어 집중적으로 쓰다 보면 한도에 걸릴 수 있으니, 가입 후 공식 페이지(openai.com)에서 현재 무료 플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ChatGPT가 처음인데 영어 공부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나요?
맞춤 지침 세팅부터 시작한다. 이 글의 첫 번째 프롬프트를 복사해 ‘나에 대해’ 부분을 내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저장하면 5분이면 끝난다. 그 뒤에는 오늘 쓴 영어 문장 한 줄이라도 붙여넣고 교정을 요청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Q. 회화 시뮬레이션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정해진 답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즉흥으로 반응하는 힘을 기른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 핵심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영어 대화 연습해줘”보다 “화상 미팅 자기소개 상황, 미국인 PM 역할 해줘”처럼 조건을 명확히 줄수록 피드백이 실전에 가까워진다. 같은 상황을 반복하면 같은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말이 점차 늘어난다.
지금 해볼 수 있는 것 하나
오늘 쓴 영어 문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지금 ChatGPT에 붙여넣고 교정을 요청해보는 것이 시작이다. 맞춤 지침 세팅은 5분이면 끝난다. 이 글의 프롬프트 중 하나만 복사해도 오늘부터 달라진다.
영어는 이렇게 정리됐는데, 이번엔 숫자가 문제다. 쌓여 있는 엑셀 파일을 어디서부터 손댈지 모르겠다면, 다음 편 AI로 엑셀·데이터 정리하는 법에서 다룬다.